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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오마이스타] 같은 영화 5번 보는 70대 노인, '영화 도슨트'를 아시나요?

담당자   ㅣ  2018-10-26 오전 11:00:12  ㅣ  

   

 활동중인 영화도슨트들, 뒷줄 왼쪽부터 오정국 이승철, 백영자, 김정애, 손양숙, 박종택, 정재종, 안경중, 권필성과 앞에 선 윤나리 프로그래머와 박동선 담당복지사
▲  활동중인 영화도슨트들, 뒷줄 왼쪽부터 오정국 이승철, 백영자, 김정애, 손양숙, 박종택, 정재종, 안경중, 권필성과 앞에 선 윤나리 프로그래머와 박동선 담당복지사
ⓒ 이승철
 
"영화 재미있게 보셨습니까?"
"재미는 모르겠고 마음이 조금 짠한데요."
"가난하게 사는 딸을 인정머리 없이 야단치고 몰아붙이는 친정어머니가 너무 심한 것 같네요."


단편 독립영화 < 123km > 상영이 끝나고 담당 도슨트가 앞에 나와 감상 소감을 묻자 어르신들의 대답에 왠지 씁쓸함이 묻어난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 2층 탑독립영화관에서는 그동안 서울노인영화제 본선에 오른 작품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상영한다(지난해 열린 10회 영화제까지가 대상이다). < 123km >라는 영화는 2013년 제6회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노인주제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아주 작은 생선가게를 운영하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50대의 둘째 딸 영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언니의 전화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친정어머니가 곧 도착할 테니 잘 모시라는 내용이었다. 비좁은 집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영미에게는 날벼락 같은 말이어서 펄쩍 뛰지만 곧 병원에서 보낸 차를 타고 친정어머니가 들이닥친다.

불편한 몸으로 바퀴 달린 의자를 밀고 힘들게 들어온 어머니는 자리에 앉자마자 "왜 이렇게 궁상맞게 사느냐?"고 나무라기 시작한다. 중학교 밖에 못 나온 언니나 다른 사람들은 잘 사는데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제법 많이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사느냐는 것이 어머니의 추궁이다.

비좁아 터지고 냄새나는 이런 집에서는 살 수 없으니 당장 언니에게 연락해서 그쪽으로 가자고 재촉한다. 어머니의 성화에 둘째 딸은 낡은 트럭 운전대를 잡고 집을 나선다. 그러나 운전대 옆자리에 앉은 어머니의 독설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된다.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고 창문까지 고장난 트럭을 몰고 가는 작은 딸, 그런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머니의 구박에 작은 딸은 변명을 하다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다시 언니에게 전화하자 근처 절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시원한 물도 마시고 조금 쉬며 절에서 기다렸지만 언니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림에 지친 어머니는 다시 작은 딸에게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다시 트럭을 몰고 뒤돌아 집으로 가는 모녀의 이야기, 오가는 길, 그 거리 123km가 영화의 제목으로 붙여졌다.
 
 예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해설하는 박종택 도슨트
▲  예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해설하는 박종택 도슨트
ⓒ 이승철
 
다큐멘터리 로드무비지만 낭만 같은 건 찾아 볼 수 없다. 굳은 표정으로 작은 딸을 구박하는 친정어머니와 서러움을 삼키며 트럭을 모는 작은 딸의 안타까운 모습만이 스크린에 가득하다. 그 길이 바로 고달픈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속의 친정어머니는 왜 작은 딸을 그리 심하게 구박만 하는 걸까요?"
"그 심한 구박 속에 남들처럼 잘 살지 못하고,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작은 딸의 모습이 속상하고 안타까운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을까요?"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영화 속의 주인공인 할머니와 엄마의 이야기를 대역 배우를 쓰지 않고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한 감독과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야기 등을 설명한 도슨트가 가벼운 질문을 하자 할머니 한 분이 대답한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잖아도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딸을 너무 야멸차고 심하게 구박하는 것은 엄마로서 너무하는 것 같아요, 딸은 뭐 가난하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살겠어요?"
"영화 내용은 그렇고, 그런데 영화 속의 모녀가 배우들이 아니고 영화를 만든 젊은 감독의 외할머니와 엄마라는데 배우도 아닌 사람들이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지요?"

 
 영화도슨트 발표회
▲  영화도슨트 발표회
ⓒ 이승철
  
서로 다른 세대가 영화를 통해 이해하고 소통

다른 노인 두 분이 각각 다른 관점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질문을 한다. 영화를 통해서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단편 독립 영화의 상영시간은 대체로 10~20여 분, 한 편의 상영이 끝나고 도슨트가 앞에 나와 해설을 하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보통 5~6분, 짧은 시간이지만 영화 도슨트와 관객들의 이해와 교감이 이루어지고 소통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서울노인복제센터에서 시작한 '영화 도슨트 제도'는 재작년인 2015년부터 시작되었다. 금년에는 국내영화는 물론 타이완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유럽 등 50여 편의 다양한 영화들을 상영하고 해설했다.

독립영화들은 그 길이는 짧지만 영화 속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영화를 집중해서 보아야 하고 깊이 생각하며 보아야 한다. 일반 상업영화처럼 잠깐 한 눈이라도 팔았다간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기는커녕 영화 줄거리도 놓치기 십상이다. 짧은 영상 속에 깊이 있는 내용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슨트들은 해설하기 전에 같은 영화를 보통 3~5회 정도는 집중해서 보고 연구를 한다.
 
 초등학교에서 영화상영을 마치고 해설하는 안경준 도슨트
▲  초등학교에서 영화상영을 마치고 해설하는 안경준 도슨트
ⓒ 이승철
 
영화해설에 정답은 없다. 대상관객에 따라 해설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학생들과 중고등학교 학생들, 그리고 대학생들이 각각 다르고 일반 회사원과 중년층, 노인들에게 하는 해설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슨트들은 해설하기 전 영화를 볼 때 대상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

앞서 언급했듯 해설하는 영화들은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서울노인영화제 본선에 오른 작품들이다. 노인영화제 작품들은 노인이 만들고 노인이 출연한, 노인을 다루는, 노인을 위해 만든, 노인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그래서 해설이 있는 영화 상영을 가장 많이 하는 곳도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비롯한 서울은 물론 전국의 노인종합복지관들이다.

지난 여름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5~6학년 어린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참으로 특별했다. 노인영화를 보고, 느낀 소감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우리 어린이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지혜로운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모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영하고 대화를 가졌던 시간과 어느 기업체 직원들과 함께한 시간도 매우 뜻깊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충남 예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신축개관 기념으로 수백 명의 노인들과 함께한 시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해설자로 나선 영화도슨트와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이어서 그랬을까. 때로는 어이없는 웃음으로, 때론 가슴 저린 아픔이 표정으로 묻어났다. 같은 시대를 살아오면서 겪어왔던 수많은 삶의 애환들과 현재 처해 있는 삶의 현주소가 노인영화를 통해 더불어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예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함께한 어르신들
▲  예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함께한 어르신들
ⓒ 이승철

국내 최초라서 일반 시민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영화도슨트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슨트는 일반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영화 도슨트는 조금 낯설어 한다. 기자도 금년 4월에 처음 알게 되었다. 서울노인영화제를 주관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2016년에 도입했다. 찾아가는 영화제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제9회 서울노인영화제를 앞두고 4월부터 영화전문가를 초빙하여 7개월 과정의 교육을 통해 양성했다.

영화감상과 해설을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익혀 영화해설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강생들은 영화 장르별 감상법, 영화 리뷰 작성법, 영화 토론법과 영화해설실습을 통하여 소양을 키웠다. 이렇게 양성되어 현재까지 재능 나눔 형태로 활동하고 있는 도슨트는 9명이며 대부분 70대 노인들이다.

이들은 서울노인복지센터 내에 '영화 도슨트 봉사회'(회장 박종택)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다. 찾아가는 서울노인영화제의 주요 멤버로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 복지관과 초중고, 대학교, 기업체 등의 초청이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가 순회상영과 해설을 해주고 있다. 또한 영화제의 노인관객심사단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활기찬 노인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전도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탑독립영화관에서 해설하는 김정애 도슨트
▲  서울노인복지센터 탑독립영화관에서 해설하는 김정애 도슨트
ⓒ 이승철
 
"영화도슨트는 관객들에게 영화 해설을 할 때 주제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영화가 어땠는지, 감독이 누구며 어떤 사람인지, 영화가 재미가 있었는지 등 영화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 등 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입니다."

작년부터 서울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영화도슨트 양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윤나리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지난해부터 영화제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청년감독들의 작품을 보면 노인들의 삶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입니다. 폐지를 줍는 노인이야기나 치매노인, 고독사 등 대부분 어두운 면을 부각시킨 작품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영화 도슨트 어르신들이 영화해설을 통해서 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나리 프로그래머가 덧붙인 말이다. 영화를 통해서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들과 노인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 그리고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재 활동 중인 아홉 명의 영화도슨트들은 국내 최초라는 자부심과 함께 나이를 뛰어 넘는 열정으로 항상 활기가 넘친다. 심화교육을 통하여 영화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은 물론 영화상영과 해설이 끝난 후에는 함께 모여 평가회도 하고, 매월 한 번씩 모이는 정기모임에서는 영화해설에 대한 연구발표도 하고 있다.
 
 영화도슨트 양성 교육 중인 윤나리프로그래머와 수강생노인들
▲  영화도슨트 양성 교육 중인 윤나리프로그래머와 수강생노인들
ⓒ 이승철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주관하는 서울노인영화제는 올해가 11회째로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열린다. 제11회째인 올해 영화제 출품작은 총 203편인데 그 중 24편이 본선에 올랐다. 이번 영화제에서 본선에 오른 작품들이 대부분 금년 11월부터 2019년도에 도슨트가 함께하는 찾아가는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순회 상영될 예정이다. 이달 24일부터 대한극장에서 4일간 열리는 영화제의 영화 관람과, 도슨트가 함께하는 '찾아가는 영화제' 초청 순회상영은 모두 관람료가 무료다.


출처: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78017&CMPT_CD=C1400_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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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동16-05-19 17:36 댓글수정삭제

    더불어 직원 개개인의 개성과 기술력이 프로젝트 곳곳에 묻어나며 항상 연구하고 투자하는

  • 홍길동16-05-19 17:36 댓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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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희16-05-19 17:36 댓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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